벌써 11월 입니다.
가을 바람이 불어 사방이 썰렁한 분위기입니다.
눈부시던 한 여름의 뜨거운 햇살도 쫓겨가는 시간 앞에 어쩔 수 없나 봅니다.
어둠 속에 들려오는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자극이 된다든지,
아스팔트 곱게 핀 코스모스가 더욱 애틋한 모습으로 보여지는 것은
모두가 계절이 가져다 주는 또 다른 정감에서인 듯 합니다.

가을이 오면 흔히 느껴지는 썰렁함 이란 우리 능력 이상의 것을
우리에게 기대하고 뒤돌아 보았을 때 오는 무능함에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.
그러나 하나님은 철저 하십니다.
분량 이상도, 이하도 요구하시지 않고
분량대로 계획하시고 실현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.
토기장이는 용도에 맞는 그릇을 만들테니까..

하나님은 내가 감지할 수 없는 중에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시고
하나씩 순리대로 진행하고 계시는데 인내하지 못하는 나는 항상 서두릅니다.
서두르다 흠칫 뒤돌아보면 멀리 내다보시는
하나님의 눈길이 와 닿는 듯하여 나는 또 다시 부끄러워집니다.

가을은 자신을 발견하게 하는 계절이라 말하고 싶습니다.
어느것 하나 안 그런 것이 없지만
미련한 인간에게 깨우침을 주는 발견의 계절입니다.

요즘 느낀 것이지만, 봄의 화려한 향취보다
가을의 향기가 더 짙음을 알게 된 것입니다.
생명의 시작은 화려하지만 생명의 결실 앞에선 엄숙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.
이 깊어가는 깊음의 계절에
민감해진 우리의 모든 감각을 하나님께 귀 기울여야겠습니다.
보다 맑은 영혼으로 보다 깨끗한 영을 사모해야 겠습니다.

축복합니다.